피렌체와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의 시작은 두오모 성당을 들어가면서였다.

두오모 성당은 겉에 비해서 내부는 꽤나 단촐했다. 이미 바티칸 성당을 갔다왔기 때문일까, 내부에서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지하는 과거 교황들의 무덤과 중세 쓰였던 도구들을 전시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냥 이런 공간이 있었구나, 싶은 정도였다.

그렇게 박물관도 구경하고, 예배당도 갔다오며 통합이용권을 알뜰하게 이용했다.


박물관은 돔의 구조와 성당에 전시되있던 진품 등을 볼 수 있고, 예배당에서는 천장에 그려진 훌륭한 금빛 그림을 볼 수 있다.

참고로 굳이 통합이용권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종탑은 내부에서 이용권을 따로 구매할 수 있다.

성당 내부도 지하가 아니라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니, 이곳에서는 종탑과 성당 내부정도만 구경해도 충분할 듯 하다.


그 후 다비드상이 있다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향했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고, 특별전이 있어서 가격이 더 비쌌기 때문에 이곳은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 와서도 그닥 후회는 없는 느낌. 여행 내내 지쳐있었기 때문일까?


그 대신 베키오 다리에서 보석시장을 구경하고, 시내에서 가죽제품을 보며 시간을 때웠다.

베키오 다리는 희안하게도 다리 전체가 보석이나 귀중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가득했다. 



리 베키오 다리가 보인다



이탈리아의 젤라또는 확실히 쫀득쫀득하다


시내 가죽시장은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느낌이었다. 특색은 그다지 없고, 약간은 가짜 느낌이 나는 조잡한 물품이 많았다.

특히 지갑, 핸드백류가 많았는데 이곳은 그냥 둘러보는 느낌으로 다니는 걸 추천한다.

구매하고 싶다면 거리 판매상보다는 입점해있는 가게에서 직접 가죽을 만져보고 구매하자.

확실히 일반 가죽과는 다른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다음은 잘츠부르크로 향한다. 오스트리아는 국제사회에서 비교적 조용한 국가여서 그런지, 크게 아는 바가 없다.

관광지에 대해서도 많이 아는 바가 없지만 이때까지는 몰랐다. 오스트리아가 내 인생국가가 될 줄은..

로마의 날씨가 여름이었다면 피렌체의 날씨는 가을이었다.

시원한 바람, 쾌적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가 힘들었던 로마에서의 날들을 힐링해주는 듯 했다.

마침 일정도 피렌체를 둘러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기에 한층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았던 만큼, 로마를 방불케하는 엄청난 관광객의 숫자 때문에 관광지 하나하나에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조식먹을 시간도 지날 만큼 느긋하게 일어나서 두오모 성당으로 향했다.

로마는 모든 것이 큰 도시였다. 길도 크고, 건축물들도 크고, 광장도 상당히 많고.

이에 반해 피렌체는 조밀조밀하고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관광지가 툭 튀어나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두오모 성당이 그랬다. 분명 숙소에서 얼마 걷지도 않아서 골목 밖으로 나가니 거대한 성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괜히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압도적인 외관이었다.



흰 대리석에 푸른 대리석과 녹색 대리석 줄무늬들이 들어가있어 절묘하게 세련된 미가 돋보였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두오모 성당에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점이다.

두오모 성당은 통합티켓으로 주변의 관광지까지 다 들어가볼 수 있는데, 사람이 많은 주요 장소는 성당입구와 종탑이다.

사실 돔으로 올라가는 부분은 성수기의 경우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경도 못했다.

오전 10시 반쯤 갔는데 성당입구 줄은 최소 두시간 반, 종탑 줄은 한시간 반 정도 수준이었다. 

통합권 이용시간이 48시간이였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종탑만 오르기로 했다.


계단이 무려 430개에 달하는 종탑은 밑에서 봤을 때는 성당 자체의 위엄에 가려져서인지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10분에 걸쳐 계단을 다 오르고 난 후 탑 꼭대기에 섰을 때의 시원한 바람과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쓰고 있던 모자가 날라갈 만큼 강하게 부는 바람은 더운 몸을 시원하게 감싸주었고, 피렌체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중 바로 옆에있는 두오모 성당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가장 아름다웠다.

비록 돔은 올라가보지 못했지만, 돔까지 한 눈에 보이는 종탑은 그 아쉬움을 달래주고도 남았다.



피렌체에서의 날씨는 너무나 맑고 시원했다



이후 우피치로 향했다. 이곳 역시 수많은 인파로 북적댔고, 오후 세시에 예약을 해뒀음에도 불구하고 입장하는데 대략 30분 정도가 걸렸다. 

대략 두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냈는데, 우피치 미술관은 자세히 들여다보며 돌아보지 않는 이상 다 둘러보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던듯 싶다.

우피치 미술관은 원래 메디치 가문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보티첼리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거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저녁은 피렌체에서 유명하다는 티본스테이크와 해산물 파스타를 먹었다.

로마에서 왜 그렇게 과소비를 했을까.. 우리는 티본스테이크 1.1kg을 네명이서 나눠먹어야만 했다. (2인 1스테이크 한 수준)

장정 네명이서 거의 뼈까지 먹을 기세로 티본을 뜯었는데, 맛은 확실히 좋았다.

이탈리아에서 해산물 파스타 역시 항상 맛있는 메뉴다.



곁들여진 샐러드와 토마토도 제법 어울리는 맛이다


이제 야경을 보러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갈 시점이었다.

피렌체서는 로마의 교통권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90분 이용권을 끊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게 왠걸.. 피렌체는 로마에서보다 교통권을 더욱 팔지 않는 것이었다. 주변에 있는 잡화상점과 Tabacchi를 죄다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그래도 버스를 타면 기사가 교통권을 판다기에 조금 더 비싸게라도 사서 가자는 생각으로 버스를 탔지만! 티켓이 다 팔렸다는 버스기사의 대답.

피렌체에서 표 검사를 자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무임승차는 곤란하고, 일단 내리고보니 심지어 배차간격도 한 시간인 버스였다. 12번 버스!!!

우여곡절 끝에 자동화기기에서 30분 동안 사투를 벌이며 교통권을 끊고, 미켈란젤로 언덕에 도착하니 벌써 노을이 지나간 시점이었다 (...)



오죽했으면 버스티켓 인증샷을..


피렌체의 야경은 끝내준다! 이런 느낌보다는 잔잔하게 물 흐르듯 지나가는 일상과 같았다.

미켈란젤로 언덕의 분위기도 다들 맥주한잔 하며 즉석연주를 즐기는 느낌이었다.



그 때는 잘 몰랐지만, 되돌아보면 소중한 추억 중 하나

어제 남부투어에 이어 연속으로 아침에 투어를 나가게 되었다. 바로 바티칸 반일투어였다.

남부투어를 워낙 알차게 보냈던 만큼, 바티칸 투어도 기대가 높았다.

자전거나라 김혜진 가이드님의 리딩하에 30명 정도가 한 팀이 되어 출발했는데, 일찍 간 덕에 8시에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바티칸을 상징하는 문양은 성 베드로가 받은 천국의 열쇠이다.


사실 이전까지 종교적으로나 세계사적으로 바티칸시국에 대해 아는바가 없었다.

가이드는 우리의 수준을 이미 알고있다는 듯, 기초적인 부분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바티칸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교황이 통치하는 신권 국가, 카톨릭교의 성지이다부터 시작해서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율리우Ⅱ세 교황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바티칸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등등.. 한시간 정도 바티칸 입구쪽에서 설명을 듣고 9시 반쯤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피냐의 정원을 지나 벨베레데의 팔각정원에 들어가면 유명한 조각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라오콘 군상』이었다.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아 두 아들과 함께 독사에 물리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발굴 당시 오른쪽 팔이 떨어진 채로 발견되었다.

당시 수많은 조각가들은 원래 팔의 모양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신의 조각가 미켈란젤로만이 유일하게 팔이 뒤쪽으로 꺾여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후에 발견된 뒤로 꺾여있는 형태의 모양. 나중에 발견된만큼 이 부분은 조금 더 부식되어 있다.



사실 미켈란젤로가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뮤즈의 방에서 벨베레데의 토르소를 보고 네로의 욕조를 거쳐 융단의 방으로 갔다.

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파도풀을 타고 앞으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이쪽은 크게 유명한 작품도 없고, 작품들이 방마다 비슷비슷하게 전시되어 있다. 


지도의 방까지 다 통과하고 나면 라파엘로의 방으로 갈 수 있다. 총 4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곳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서명의 방>에 있는 『아테네 학당』.

이 작품만 10분이 넘게 설명을 들을 정도로 고대의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이곳에 오면 한번쯤 해본다는 바티칸 입장권 인증샷도 하고.



천장화를 보고 감명을 받은 라파엘로는 작품이 완성된 후 미켈란젤로(가운데 탁자)를 그려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시스티나 성당. 우리나라에서 천지창조로 더 잘 알려져있는 『천장화』가 그려져있는 곳이다.

사실 천지창조는 천장화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아담을 만든 다음 코로 숨을 불어넣어 생명체로 만드는 장면을 미켈란젤로가 손끝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이 부분은 천장화의 수많은 그림들 중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아쉽게도 작품의 보존을 위해 사진의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기념품샵에 가면 퍼즐과 프린팅으로 만나볼 수 있다.


바티칸 시국의 정점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었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졌으며(금과 대리석 등) 베르니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들, 미켈란젤로의 돔과 피에타, 라파엘로의 유작까지 투어의 대미를 완벽하게 장식할만한 장소였다. 성당의 구조와 작품들의 설명을 듣는것만 해도 시간이 훌쩍 가버릴 정도였으니.

이렇게 성 베드로 대성당까지 한바퀴를 모두 둘러보는 것으로 투어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이동해서 다 둘러보니 한시가 넘어 있었다.

반일 만으로는 설명들은게 너무나도 부족하고, 놓친게 많았지만 그래서 더욱 아쉽고 다음에 또 오고픈 생각이 든 투어가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해서 바티칸 투어와 함께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일정도 모두 마치게 되었다.

로마에서 보낸 3박 4일은 감탄과 경외심이 가득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소매치기가 많고, 아무리 무더운 태양이 내리쬐어도 이 곳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어딜 둘러봐도 유적지같고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상이 있으며 쿨한 시민들과 인상적인 음식까지.

지나치면서 만난 사람들과 가이드들, 우리 넷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배운 점이 많았던 좋은 추억이었다.


이제 열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한다.

우리는 로마에서 유로자전거투어를 두 개 신청했다. 남부 당일투어와 바티칸 반일투어로, 어쩌면 가장 인기가 많은 투어들 중 하나였지 싶다.

오늘 할 투어는 남부투어. 아침 7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나와주었다.

결과적으로 자전거투어는 생각보다 인기도 많고 가이드도 좋으며, 내용까지 알찬 그야말로 단비같은 패키지였다.

남부의 기후와 그로부터 파생된 문화들과 음식, 지형까지 대부분의 지식을 가이드로부터 들었는데 확실히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 문화에 접근하는 마음가짐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처음에 향한 곳은 폼페이 유적이었다. 약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이 도시는 무엇보다 뜨거웠다!

저 멀리서 베수비오 화산이 터져버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열기였다. 이래서 남부의 태양이 유명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폼페이 유적은 여러개의 입구가 있는데, 우리 투어는 Marina 입구로 들어가 공중목욕탕을 둘러보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공중목욕탕은 탈의실, 샤워실, 목욕실까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지금의 대중목욕탕과 크게 다를 다 없는 현대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우리 역시 그 순서대로 입장했는데, 진행할수록 고대 로마인의 지혜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고대의 샤워실은 뜨거운 물을 데우고 나오는 수증기로 몸을 미리 적시는 구조였는데, 천장에 수증기가 닿아 떨어지게 되는 물방울도 천장을 타고 흘러내리게끔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뿐이랴, 해가 뜨고 짐에 따라 보이는 음각의 벽면 장식까지. 



샤워실에서 물이 분수처럼 나오던 곳. 고대 로마인들은 여기 둘러서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후 각종 가게가 위치해있던 장소로 향했다.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가게는 바로 생선가게였다.

이 더운 남부에서 생선가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폼페이는 과거 배가 정박했던 흔적이 있는 만큼 수위가 높은 곳이었다.

생선가게는 벽면에 남아있는 생선 그림과 중앙에 있는 수조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생선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하는 수조는 지금은 원형으로 박힌 기둥으로 남아 있었다.


다음에 향한 곳은 폼페이 유적의 하이라이트, 최후의 날이 남긴 그 당시의 사람들이었다.

역사의 그 날 불었던 평소와는 다른 풍향과 엄청난 잿더미의 양은 당시 생활하던 로마의 삶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와 남부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었다. 고대인들의 표정까지 보존되어 있다니, 이보다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 없었다.

그 부분은 가까이에서 보지는 못하고, 식기와 생활용품 등의 유적과 함께 철창속에 전시되어 있었다.



코를 막고 괴로워하는 고대 로마인이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표정까지는 섬세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말고도 인간 유적은 폼페이 전체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폼페이에 살던 고대 로마인들은 사치스럽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후대에게 경각심을 보여주기 위해 신이 이 유적을 남긴 것이 아닐까.


그렇게 약간은 아쉬운 짧은 시간을 보내고, 해안도시인 포지타노로 향했다.

가는 길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전 가봐야 할 장소에서 1위를 차지한 아말피 해안도로였다.

왜 1위를 차지했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사진으로 다 옮기지 못할 정도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고, 깎아지르듯 만들어진 수많은 절벽과 산.

그 끝에 보이는 해안도시와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치였다.



잠시 멈춰 먹었던 시원한 수박과 납작복숭아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일 것이다.



먼길을 달려 도착한 포지타노는 레몬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여기서는 마지막 코스인 페리를 타기까지 90분 정도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각종 레몬관련 군것질을 할 수 있었다.

레몬향이 은은하게 맴돌던 시원한 레몬맥주, 새콤달콤하고 차가운 레몬샤베트를 먹었다.



뜨거운 열기와 어울리는 포지타노만의 특산품이 아닌가 싶다. 


이후 페리를 타고 총 12개의 해안도시 중 나머지 11개의 도시를 구경하며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페리를 타고 맞는 시원한 바람과 가이드의 선곡이 잘 어울리며 여행을 한층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여행자들을 이끌며 고생한 강재원 가이드님에게 뒤늦은 감사를 전합니다.

오늘은 아침일찍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보르게세 미술관은 1600년대 보르게세 가문의 수집품을 전시하는 별궁으로 쓰였던 곳인데, 가문이 파산하자 정부가 사들여 미술관으로 바꾼 곳이라고 한다.

사실 예약한 시간에서 30분 정도 지각을 했는데 관람하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다만, 입장 인원수를 제한하고 백팩 및 사이드백을 모두 카운터에 맏겨야 하는 규정은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베르니니 <페르세포네의 납치>


유명한 작품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직접 보니 확실히 조각상의 표정 표현과 역동적인 자세의 퀄리티가 높았다.

게다가 미켈란젤로, 베르니니와 카르바조 등의 유명한 인물들의 작품이 있다보니 좀 더 집중도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보르게세에서의 짧은 두 시간을 보내고 젤라또를 먹으러 갔다.

Giolitti라는 젤라또 계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집이었는데, 근처에 갔다면 꼭 한번 가볼만한 집으로 추천한다.

특히 수박맛과 메론, 쌀맛이 일품이었다. 아주 맛있었다.



상당히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한 RICE 맛.


트레비 분수로 향했다.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전형적인 로마식 조각과 분수가 결합된 형태였다.

하지만, 우리가 갔던 8월 첫째주가 이탈리아 자체적으로도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상당히 무더웠다.

관광지 한 곳을 둘러볼 때마다 생수 한통이 필요할 정도로 펄펄 끓었고, 사람 밀집도도 너무나 높았기 때문에 더 덥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트레비 분수에 뒤돌아서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방문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음에도 동전을 던지지 않았다. 여름엔 안 오련다..


다음 차례는 웅장함 그 자체인 판테온이었다.

사람은 많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판테온이 워낙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고, 막상 들어가면 볼게 그리 많지 않기 때문.

들어가보니 거대한 돔에 뚫린 원형 구멍에서 들어오는 빛이 시선을 끌었다.

돔에서 들어오는 빛의 방향에 따라 내벽에 설치된 작품을 비춰주는 완벽한 원형 구조였다. 로마의 건축력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돔 바로 밑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원형판 바닥에서 사진을 찍으면 돔과 원형 구조가 완벽하게 찍힌다고 한다. 하지만 그 근처도 역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지라..


이후 나보나 광장을 거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나보나광장은 오벨리스크와 피우미 분수가 인상적이었다.

글을 써 갈수록 감상문이 짧아지는 것은 기분 탓이다.. 사실 로마 건축물이 여행을 할 수록 평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멋있고 거대하고 웅장하게 느껴지지만, 훌륭한 작품들을 계속 보다가 일반적인 건축물을 보면 '아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



나보나 광장은 오벨리스크와 피우미 분수만을 보러 가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저녁식사는 송아지 고기와 피자, 까르보나라 파스타였다.

이탈리아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까르보나라 파스타였는데, 확실히 한국의 크림식과는 맛이 달랐다.



정통식 레시피인 치즈와 계란노른자를 이용해서인지 확실히 풍미가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밖에 진짜 음식들을 진열해뒀는데, 참새와 비둘기들이 가끔씩 날라와 만찬을 즐기고 가곤 했다.. 비위생적이진 않고 친근한 느낌

이탈리아는 어딜 가도 그 집의 대표메뉴를 고르면 성공하는 듯 하다.

유럽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레스토랑의 경우 대표메뉴에 대한 자존심이 있기 때문.

따라서 구글링을 해서 무조건적인 맛집을 찾아가지 말고(열에 아홉은 한국인이 많다) 거리를 걷다가 메뉴판을 보고 적당히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이탈리아에는 팁 문화가 별로 없는 듯 하다. 팁 줄 돈을 아껴서 젤라또를 사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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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역시나 성수기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전날 준비해둔 E티켓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콜로세움 E티켓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성인기준 입장료 12유로 + 예약비 2유로, 총 14유로의 가격으로 꽤 비싼 편이다.


E티켓과 다리환자를 배려해준 안내원 덕분에 빠르게 입장했는데도 불구하고 30분 이상 기다린 후에 콜로세움에 입성하게 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거대한 옛 경기장 속을 누비고 있었다.


밖에서 보던 웅장함에 비해 안쪽은 볼게 많지 않았는데, 0층과 1층에서 한 바퀴를 둘러보면 끝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오히려 콜로세움의 옛 도면과 유적, 기념품 샵이 잘 구성되어 있어서 그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실 전문적인 가이드가 없으니, 사이사이 적혀있는 설명을 보며 내 배경지식과 끼어맞추는 투어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콜로세움은 내게 크게 와닿지 않았고, 아직도 약간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곳 중 하나다.


이후 근처 거리를 걸어다니며 점심식사를 했다.

4명에서 피자 세 판과 파스타 하나를 먹었는데, 양이 너무 많았다!

이탈리아에서 피자가 싸다고 1인 1피자는 생각도 하지 말자.. 4명이면 피자 3판이 적당한듯.


다음 코스는 진실의 입이 있는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이었다.

전날 끊어둔 HOP-ON HOP-OFF 티켓으로 콜로세움에서 이동했다. 날씨에 따라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지만, 왠만하면 버스를 이용하자.

진실의 입에도 역시나 사람이 많았는데, 솔직히 이탈리아에서 소위 '인증샷'을 찍기 가장 좋은 곳이어서 갔을 뿐..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안쪽 성당이 잘 꾸며져 있고, 아기자기한 기념품도 많이 팔아서 한번쯤은 가볼 만 하겠다.


그 후 카피톨리노 박물관으로 향했다. 

캄피톨리노 언덕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바토리 궁과 누오보 궁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조각과 미술품들을 다수 전시 중이다.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다 둘러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입장했는데, 생각보다 전시가 잘 되어 있어서 정말로 하나하나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총 네시간동안 관람하며 어릴 적 듣고 읽었던 그리스 로마신화의 장면들과 인물드링 조각상으로 눈앞에 놓여져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또한 생동감 있는 조각상과 웅장한 조각상 등 수많은 작품의 디테일한 부분에 놀라기도, 거대함에 압도당하기도 했다.



로마 조각상은 위엄이 넘친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2층에서 보는 포로 로마노의 경치였다.

언덕에 위치한 박물관이다보니 포로 로마노 대부분을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내려다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더웠기 때문에 포로 로마노는 걷지 않기로 했었는데, 한눈에 보이니 걸을 필요가 없다 싶었다.

멀리 있는 콜로세움도 보일 정도로 날이 맑아서 한동안 전망을 즐길 수 있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생각지도 못한 장소였다.

조국의 제단이라는 나에게 생소한 곳이었는데, 가이드 북에서나 인터넷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곳이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조국'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인가 싶었는데, 직접 보니 수긍이 갈 정도로 웅장하고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특히 가운데 탑에 올려진 말은 그 기개가 느껴질 정도였다. 계단 하나하나와 장식들과 거대한 기둥들이 만들어내는 섬세함 또한 감탄사를 자아냈다.

14~15세기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보고 있자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볼 것도 다 봤겠다, 저녁으로 파스타를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찾은 레스토랑은 나보나 광장쪽에 있는 Cantina e Cucina.



백조를 형상화한 호일(?) 안에 들어있던 해산물 파스타는 정말 맛있었다. 내가 유럽, 아니 이탈리아에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만들어준 맛이었다.

천사의 성과 나보나 광장 근처로 갔다면 한번쯤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오늘 하루는 천사의 성 야경을 보며 마무리했다.

다리에서부터 성까지의 달빛과 조명, 몇 개의 별이 만들어내는 빛은 황홀하고 아름다웠다.

여유가 흐르고 유려한 천사의 빛을 담은 강물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는 또 하루 로마에서의 밤을 보냈다.



별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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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딱히 유럽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14년도에 유럽에 한번 와봐서일까, 평소와 똑같이 친한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일까.

그저 다른 언어, 다른 풍경, 다른 사람들이 있는 우리나라 어딘가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로마 중심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교통만 제외하면 대체로 마음에 들었던 곳. Best Western Globus Hotel


체크인을 하고 얘기를 나누다가 이탈리아도 둘러볼 겸 다섯시쯤 방을 나섰다.

이동하기 가장 용이한 Termini 역까지 310번 버스도 있었지만, 배차간격이 워낙 길어서 그새 피자도 먹었다는 사실..

하지만 근처에 버스티켓을 파는 곳이 없어서 결국 걸어갔다.



날씨는 꽤나 뜨거웠다. 그러나 한국처럼 습도가 높지는 않아서인지 체감온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는 버스티켓을 사려면 근처 자동판매기를 이용하거나 Tabacci라는 편의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기도 했고, 근처 Tabacci가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8월에 휴가를 많이들 간다고 하는데, 근처 Tabacci 사장도 아무래도 휴가를 갔던 듯. 3박 4일 내내 연 적이 없었다.

게다가 Tabacci 자체가 구글맵에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있으면 미리미리 사두도록 하자.


Termini는 여행객들로 바글바글했다. 우리가 여차여차하다가 그 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9시여서 따로 관광을 하기엔 힘든 시간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I ♡ Rome』이라는 HOP-ON HOP-OFF 관광버스를 타고 로마의 큰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버스와 인연이 없는 것일까, 이 관광버스마저 한시간이라는 괴랄한 배차간격으로 인해 다른 관광버스로 옮겨타게 되었다.

갈아탄 『City Rome』의 버스노선은 공화국 광장을 거쳐 콜로세움, 진실의 입, 조국의 제단, 천사의 성 등을 도는 전형적인 루트였다.


로마의 대표적인 맥주인 Peroni와 함께했던 버스 야경투어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서였을까, 뭐가 뭔지 몰라서 큰 감흥은 없었다.

『City Rome』은 한국어를 지원한다고 홍보하지만 버스 by 버스이니 주의하자. 배차간격과 버스의 수를 볼때 가장 좋은 버스는 역시 『City Sightseeing』이다.

한국어 지원은 가이드북 하나만 읽으면 다 나오는 내용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수준.

그렇게 로마에서의 첫 날이 저물었다.

출발은 가락동에서 6300번 공항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여행은 네명이서 하기로 했는데, 두 명은 먼저 가족여행으로 떠나서 나랑 친구 한놈이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이 친구가 여행가기 한달 전쯤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거동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니 꽤나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목감기에 걸려서 콜록대고 있으니, 더욱 불쌍해 보일 수 밖에.


우리가 탄 항공권은 3월쯤 예약해둔 도하를 경유하는 카타르 항공이었다. 

경유 두 시간을 합쳐서 대략 16시간이 소요되는 이 비행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도하까지 가는 데 9시간, 도하에서 이탈리아까지 가는데 5시간. 게다가 출발시간도 한국기준 새벽 두시였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도하 공항은 중동의 바깥 날씨와 다르게 시원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규모가 상당히 큰데 비해 자동화시스템이 잘 구비되어 있어서 여행객들이 움직이기 편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도하에서 많은 항공이 경유를 하는 만큼, 환승구에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한참을 기다려야 할 뻔 했지만, 친구의 다리가 슈퍼패스 역할(?)을 해서 금방 통과할 수 있었다. 개이득!


이탈리아행 비행기 역시 편하지만은 않았다.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는데, 아시아나보다는 편하고 대한항공보다는 불편한 느낌이랄까?

또한 카타르 항공에서 아쉬웠던 점은 제공하는 영화의 대부분이 한글자막이 없다는 점이었다.

여튼! 장시간에 거친 비행이 끝나고 우리는 피우미치노 공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알프스 산맥 전경. 카타르항공 문양이 잘 나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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