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날씨가 여름이었다면 피렌체의 날씨는 가을이었다.

시원한 바람, 쾌적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가 힘들었던 로마에서의 날들을 힐링해주는 듯 했다.

마침 일정도 피렌체를 둘러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기에 한층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았던 만큼, 로마를 방불케하는 엄청난 관광객의 숫자 때문에 관광지 하나하나에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조식먹을 시간도 지날 만큼 느긋하게 일어나서 두오모 성당으로 향했다.

로마는 모든 것이 큰 도시였다. 길도 크고, 건축물들도 크고, 광장도 상당히 많고.

이에 반해 피렌체는 조밀조밀하고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관광지가 툭 튀어나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두오모 성당이 그랬다. 분명 숙소에서 얼마 걷지도 않아서 골목 밖으로 나가니 거대한 성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괜히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압도적인 외관이었다.



흰 대리석에 푸른 대리석과 녹색 대리석 줄무늬들이 들어가있어 절묘하게 세련된 미가 돋보였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두오모 성당에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점이다.

두오모 성당은 통합티켓으로 주변의 관광지까지 다 들어가볼 수 있는데, 사람이 많은 주요 장소는 성당입구와 종탑이다.

사실 돔으로 올라가는 부분은 성수기의 경우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경도 못했다.

오전 10시 반쯤 갔는데 성당입구 줄은 최소 두시간 반, 종탑 줄은 한시간 반 정도 수준이었다. 

통합권 이용시간이 48시간이였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종탑만 오르기로 했다.


계단이 무려 430개에 달하는 종탑은 밑에서 봤을 때는 성당 자체의 위엄에 가려져서인지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10분에 걸쳐 계단을 다 오르고 난 후 탑 꼭대기에 섰을 때의 시원한 바람과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쓰고 있던 모자가 날라갈 만큼 강하게 부는 바람은 더운 몸을 시원하게 감싸주었고, 피렌체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중 바로 옆에있는 두오모 성당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가장 아름다웠다.

비록 돔은 올라가보지 못했지만, 돔까지 한 눈에 보이는 종탑은 그 아쉬움을 달래주고도 남았다.



피렌체에서의 날씨는 너무나 맑고 시원했다



이후 우피치로 향했다. 이곳 역시 수많은 인파로 북적댔고, 오후 세시에 예약을 해뒀음에도 불구하고 입장하는데 대략 30분 정도가 걸렸다. 

대략 두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냈는데, 우피치 미술관은 자세히 들여다보며 돌아보지 않는 이상 다 둘러보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던듯 싶다.

우피치 미술관은 원래 메디치 가문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보티첼리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거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저녁은 피렌체에서 유명하다는 티본스테이크와 해산물 파스타를 먹었다.

로마에서 왜 그렇게 과소비를 했을까.. 우리는 티본스테이크 1.1kg을 네명이서 나눠먹어야만 했다. (2인 1스테이크 한 수준)

장정 네명이서 거의 뼈까지 먹을 기세로 티본을 뜯었는데, 맛은 확실히 좋았다.

이탈리아에서 해산물 파스타 역시 항상 맛있는 메뉴다.



곁들여진 샐러드와 토마토도 제법 어울리는 맛이다


이제 야경을 보러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갈 시점이었다.

피렌체서는 로마의 교통권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90분 이용권을 끊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게 왠걸.. 피렌체는 로마에서보다 교통권을 더욱 팔지 않는 것이었다. 주변에 있는 잡화상점과 Tabacchi를 죄다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그래도 버스를 타면 기사가 교통권을 판다기에 조금 더 비싸게라도 사서 가자는 생각으로 버스를 탔지만! 티켓이 다 팔렸다는 버스기사의 대답.

피렌체에서 표 검사를 자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무임승차는 곤란하고, 일단 내리고보니 심지어 배차간격도 한 시간인 버스였다. 12번 버스!!!

우여곡절 끝에 자동화기기에서 30분 동안 사투를 벌이며 교통권을 끊고, 미켈란젤로 언덕에 도착하니 벌써 노을이 지나간 시점이었다 (...)



오죽했으면 버스티켓 인증샷을..


피렌체의 야경은 끝내준다! 이런 느낌보다는 잔잔하게 물 흐르듯 지나가는 일상과 같았다.

미켈란젤로 언덕의 분위기도 다들 맥주한잔 하며 즉석연주를 즐기는 느낌이었다.



그 때는 잘 몰랐지만, 되돌아보면 소중한 추억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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