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로마에서 유로자전거투어를 두 개 신청했다. 남부 당일투어와 바티칸 반일투어로, 어쩌면 가장 인기가 많은 투어들 중 하나였지 싶다.

오늘 할 투어는 남부투어. 아침 7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나와주었다.

결과적으로 자전거투어는 생각보다 인기도 많고 가이드도 좋으며, 내용까지 알찬 그야말로 단비같은 패키지였다.

남부의 기후와 그로부터 파생된 문화들과 음식, 지형까지 대부분의 지식을 가이드로부터 들었는데 확실히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 문화에 접근하는 마음가짐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처음에 향한 곳은 폼페이 유적이었다. 약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이 도시는 무엇보다 뜨거웠다!

저 멀리서 베수비오 화산이 터져버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열기였다. 이래서 남부의 태양이 유명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폼페이 유적은 여러개의 입구가 있는데, 우리 투어는 Marina 입구로 들어가 공중목욕탕을 둘러보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공중목욕탕은 탈의실, 샤워실, 목욕실까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지금의 대중목욕탕과 크게 다를 다 없는 현대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우리 역시 그 순서대로 입장했는데, 진행할수록 고대 로마인의 지혜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고대의 샤워실은 뜨거운 물을 데우고 나오는 수증기로 몸을 미리 적시는 구조였는데, 천장에 수증기가 닿아 떨어지게 되는 물방울도 천장을 타고 흘러내리게끔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뿐이랴, 해가 뜨고 짐에 따라 보이는 음각의 벽면 장식까지. 



샤워실에서 물이 분수처럼 나오던 곳. 고대 로마인들은 여기 둘러서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후 각종 가게가 위치해있던 장소로 향했다.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가게는 바로 생선가게였다.

이 더운 남부에서 생선가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폼페이는 과거 배가 정박했던 흔적이 있는 만큼 수위가 높은 곳이었다.

생선가게는 벽면에 남아있는 생선 그림과 중앙에 있는 수조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생선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하는 수조는 지금은 원형으로 박힌 기둥으로 남아 있었다.


다음에 향한 곳은 폼페이 유적의 하이라이트, 최후의 날이 남긴 그 당시의 사람들이었다.

역사의 그 날 불었던 평소와는 다른 풍향과 엄청난 잿더미의 양은 당시 생활하던 로마의 삶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와 남부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었다. 고대인들의 표정까지 보존되어 있다니, 이보다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 없었다.

그 부분은 가까이에서 보지는 못하고, 식기와 생활용품 등의 유적과 함께 철창속에 전시되어 있었다.



코를 막고 괴로워하는 고대 로마인이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표정까지는 섬세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말고도 인간 유적은 폼페이 전체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폼페이에 살던 고대 로마인들은 사치스럽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후대에게 경각심을 보여주기 위해 신이 이 유적을 남긴 것이 아닐까.


그렇게 약간은 아쉬운 짧은 시간을 보내고, 해안도시인 포지타노로 향했다.

가는 길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전 가봐야 할 장소에서 1위를 차지한 아말피 해안도로였다.

왜 1위를 차지했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사진으로 다 옮기지 못할 정도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고, 깎아지르듯 만들어진 수많은 절벽과 산.

그 끝에 보이는 해안도시와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치였다.



잠시 멈춰 먹었던 시원한 수박과 납작복숭아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일 것이다.



먼길을 달려 도착한 포지타노는 레몬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여기서는 마지막 코스인 페리를 타기까지 90분 정도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각종 레몬관련 군것질을 할 수 있었다.

레몬향이 은은하게 맴돌던 시원한 레몬맥주, 새콤달콤하고 차가운 레몬샤베트를 먹었다.



뜨거운 열기와 어울리는 포지타노만의 특산품이 아닌가 싶다. 


이후 페리를 타고 총 12개의 해안도시 중 나머지 11개의 도시를 구경하며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페리를 타고 맞는 시원한 바람과 가이드의 선곡이 잘 어울리며 여행을 한층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여행자들을 이끌며 고생한 강재원 가이드님에게 뒤늦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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